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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의자 ㅡ빈센트 반 고흐

시애틀항해일지 2010. 11. 2. 05:22

 

 

 

   사람들은 누구나 빈의자에 얼른 앉으려 한다. 다른 사람들이 앉기 전에 말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비어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한시라도 빨리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리가 얼마나 찼느냐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비어있음은 늘 결핍의 상징으로 본다.

 

   소통이 중요한 시대, 인터넷 접속의 빈도가 늘어갈 수록 소통보다는 불통이 많아진다.

   자신의 의견을 도배하듯이 모든 사이트에 퍼트리는 모습에 기가 질리기도 한다.

 

   좋은 자리는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다. 빈 의자의 공간을 남겨두는 것이다.

 

   고흐의 빈자리는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밋밋한 버드나무의자, 팔걸이가 없다. 애호하던 담배 파이프와 담배쌈지가 초라하게 놓였다.

 

   빈센트는 아버지가 잠시 비운 목사관 서재에 올라가서 비어있는 의자를 자주 보았던 것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1885년에는 부친작후에 부친의 담뱃대를 정물화로 그리기도 했다.

  

   빈의자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언젠가 떠나고 난 자리에는 무엇이 남아있을 것인가?" 

 

  안재경 <고흐의 하나님> ,홍성사  - 글 중에서 편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