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e Like Glacier 빙하처럼 움직여라!

어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본문

밀알 이야기

어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시애틀항해일지 2008. 6. 4. 12:24

어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시애틀 타코마 연합 밀알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그 전날까지도 비 소식이 있어 모두 긴장하며 기도했었는데 (시애틀은 비가 많이 내리는 곳이라 비 와도 대체로 야외행사는 진행됩니다.)  토요일, 얼마나 햇살이 화사한지 눈이 부실 정도였습니다.

  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장애인들과 봉사자들 너나 할 것 없이 즐겁게 뛰놀고 함께 식사하며 즐거운 토요일 한 때를 보냈습니다. 우리가 운동회를 한 곳은 큰 공원이었는데, 바로 옆에 운동장에서는 백인아이들의 야구경기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제법 베이스볼 복장을 갖춰 입고서 경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대조되는 두 운동장의 풍경이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점수기 위해 긴장하며 달리는 아이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점수와 경쟁에 도취되지 않고, 함께 달릴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장애인 체육대회!

  시애틀밀알의 운동회는 경쟁의 가도를 달려가는 사회 속에서 또 다른 자유를 만끽하게 하는 자리였습니다. 마치 바다 위의 섬처럼, 세상은 온갖 경쟁으로 가득한데 장애인들과 함께 하면 색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것 같습니다.

누구든지 와서 자신의 삶을 나눌 수 있는 곳, 누가 누구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돌보고 또 배우는 곳 그런 곳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사랑을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자도 없구요. 사랑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부요 한 자도 없어요”라는 어느 찬양 가사를 생각해 봅니다.

언젠가, 시애틀(Seattle)의 스케짓카운티(Skagit County)에서 열린 튤립축제(Tulip Festival)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을 보기 위해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 오고, 길가에 차를 세울 데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듭니다.

노지에 넓게 펼쳐진 꽃의 하늘거림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곳에 불러 모으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튤립 만이 가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푸른 하늘아래 노란 들판으로 빛나는 수선화 밭에서도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춥니다. 튤립도 빨간색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분홍색 자주색 노란색 파란색 등 색깔도 종류도 가지 각색입니다. 그 앞에서 사람들은 웃음과 함께 탄성을 터뜨리고, 카메라의 플래시도 터져 나옵니다.

밀알 장애인들의 체육대회를 가지며, 그 꽃밭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하나님의 정원에 한가지 꽃만 피어 있다면, 또 한가지 색깔만 가득하다면, 하나님의 표정이 어떠하실까? 도리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정원에는 여러 다양한 꽃들, 그리고 다양한 색깔들이 함께 푸른 하늘빛과 어울려지는 그런 곳이 아닐까 합니다.

백인주류의 그리고 건강한 사람들이 주류인 미국사회의 한 복판에서 우리는 이런 다양성이 아름답게 어울려지는 정원을 경험한 것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뛰놀고 한인 1세와 1.5세와 2세가 함께 식사를 하고, 영어와 한국어로 함께 의사소통하고, 하얀색 피부와 황색피부가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될 수 있는 곳. 그 곳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

                                       시애틀 밀알 선교단 자원봉사자 김광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