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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주일 영성칼럼

시애틀항해일지 2022. 5. 6. 08:52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시인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 인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