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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들

[스크랩] 졸업식을 앞두고...

시애틀항해일지 2007. 12. 13. 07:12
진성이의 합격소식을 접하면서 저 또한 누구 못지 않게 기뻤습니다.
사랑하는 옛조원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도 큰 기쁨이었지만,
내게는 든든한 동력자를 얻은 기쁨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지난 3년여의 교직생활을 천천히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신규교사 연수를 받으며 어떤 학교로 발령을 받을까, 어떤 학생들을 만날까 설래였던 시간들...
3월에 발령을 내지 않고 9월에 발령을 내셔서 준비되지못한 저를 준비시켜주셨던 하나님...
교회 근처의 학교로 발령을 받아 교회 학생회를 부흥시키고 싶다던 기도에 응답하셔서 신규발령이 어렵다는 동래교육청 소속으로 발령을 내 주셨던 하나님...
고등학교로 가길 원했지만 중학교로 발령을 받아서 약간은 서운함을 가지고 시작했던 교직생활...
하지만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철부지 녀석들이 한해 한해 성장해 가는 것을 보며 하나님께서 왜 나를 중학교로 보내셨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첫 담임으로 중1학생을 맡아서 아무것도 모르고 열정만으로 함께했던 2001년,
외인구단(?)으로 찍혀서 1년내내 교장선생님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학생들과 함께 딩굴며 꾿꾿하게 견뎌왔던 2002년,
어느덧 커버린 아이들을 보며 듬직함과 뿌듯함으로 보낸 2003년,
그리고 이제 지난 3년의 기억을 가슴에 남긴채 떠나보내야 하는 졸업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3년을 커가는 학생들과 함께 지내고 나니 이제야 내가 뭘 가르쳐야 할 지 알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도 가슴속 깊이 느껴집니다.

조금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올해 고등학교로 가고 싶어 전보신청을 했었습니다.
작년에 셋째가 태어나면서 정림이도 직장을 그만두고 경제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학생을 가르치는 데만 전념하고 싶어서라고 말했지만 말입니다.
(고등학교는 중학교에 비해서 수업외의 업무가 거의 없어서 수업에만 집중하면 되고, 보충수업을 통한 부수입도 꽤되어 여건이 되면 고등학교로 가고싶어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이유를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저를 교단으로 부르신 것은 과학이라는 학문적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IVF를 통해서, 그리고 지난 저의 삶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저에게 일깨워 주셨던 삶의 철학과 성경적 가치를
이제 서서히 자기의 철학과 가치를 형성해 가는 학생들에게 가르치도록 저를 부르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반 아이들의 졸업선물로 내가 제작한 학급앨범CD를 주려고 준비중에 있습니다.
"사랑의 릴레이"
학급앨범의 주제입니다.
그 속에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담아서 아이들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부탁할 것입니다.
너희들이 받은 이 사랑의 바톤을 너희 다음 사람에게 이어주라고...
출처 : 동아대학사회
글쓴이 : 이성현 원글보기
메모 : 대학시절 너무도 소중했던 성현이형. 서울에서 부산으로 유학온 형 집에서 동아대 예비역들이 삐대고 함께 산 추억이 지금도 신선합니다. 지금 중학교 교사로 살아가고 있는 그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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