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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 귀퉁이를 돌아서면_ 할머니의사 청진기를 놓다 본문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
요즘 경기가 워낙 나빠서인지 너나없이 많이들 힘들어한다. 멀쩡하게 직장 잘 다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고, 대학 졸업생들은 졸업 후에도 일할 곳이 없다는 뉴스가 매일 들려온다. 이렇게 세상 살기가 녹록하지 않으니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늘고, 특히 아이들과 동반자살을 하는 부모도 많아졌다고 한다. 오직 살기 힘들면 어린 것들 데리고 죽을 결심을 다 하겠느냐 하지만, 나는 이런 부모에게 도무지 동정심이 생기질 않는다. ‘아이들과의 동반자살’이란 게 말이 ‘자살’이지 실상은 ‘살인’이다.
고아가 되어 불우한 삶을 사느니 차라리 함께 죽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건 그야말로 부모의 오만이자 착각이리라.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그 생명은 더더욱 부모가 좌우할 만한 게 아니다. 남겨진 아이들이 어떻게 될지 그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 부모 잃은 고아로 자랐어도 당당하고 행복하게 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 주변만 해도 숱하게 많다.
아이들과 동반자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시립아동병원과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에서 근무하면서 생활고나 부부 불화, 우울증 등을 이유로 자신뿐 아니라 아이까지 죽음으로 몰아가는 안타까운 사람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일은 엄마가 두 살 난 아들과 함께 철로로 뛰어든 사건이었다.
아마도 1980년대 중반에 있었던 일일 게다. 어느 대학 교수 부부가 무슨 이유에선지 결혼 몇 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이혼 후 아내는 아이와 함께 동반자살을 시도했다. 이혼을 비관해서인지 아니면 남편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 였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겨우 두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철로로 가 기차가 맹렬하게 달려오는 걸 확인한 엄마는 아이를 품에 부둥켜안고 철로로 뛰어 들었다. 기차가 끔찍하게 길고도 소름 끼치는 마찰음을 일으키며 간신히 멈춰 섰을 때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즉사한 참혹한 시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엄마의 시신 옆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누워 있는 두 살배기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열두 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아이의 목숨 값은 꽤 비쌌다. 아이는 산 채로 수술실을 나셨지만 양쪽 두 다리는 절단되고 없었다.
퇴원 후 아이는 외가에 맡겨졌다. 아버지가 왜 아이를 데려가지 않았는지는 들은 바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 아이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이미 일흔이 넘은 분들이었다. 연로하고 몸도 성치 않은 부부가 두 살배기 아이, 게다가 다리를 잃은 아이를 키우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조부모는 아이를 데라고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왔다. 가난하고 힘없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느니 좋은 양부모를 만나는 게 아이를 위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미국은 잘사는 나라니까 애한테 그 뭐냐, 휠체어라도 한 대 사줄 수 있을 거 아니오. 우리랑 여기서 살면 ‘병신’이라고 손가락질 밖에 더 당하겠소.”
이렇게 해서 홀트에 맡겨진 아니는 검진을 위해 진료실에 오게 되었다. 아이에 대한 소문은 진작부터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너무나 참혹하고 가여운 모습이었다. 아이의 두 다리는 허벅지 아래로 잘려 흔적도 없는데 눈동자는 너무나 말갛고 천진했다. 이 아이에게 이토록 무시무시한 폭력을 행사한 사람이 다름 아닌 생모라니 참으로 잔인한 일이었다.
아이에게는 무엇보다도 의족이 필요했다. 그런데 의족은 한 번 하면 영원히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춰 바꿔줘야 하는 것이다. 의족 하나의 가격만 해도 엄청날 텐데, 그걸 주기적으로 교체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아이가 정상인처럼 살아가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얘기가 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아이의 경우 국내 입양은 물론, 해외 입양조차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런데 몇 달 뒤 아이에게 양부모가 생길 것 같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 보스턴에 사는 한 부부가 아이를 데려가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다들 입양되기까지 3~4년 이상 걸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뜻밖의 기회가 일찍 찾아왔다. 나는 이 기쁜 소식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서 사회복지사에게 아이의 두 다리가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했느냐고 몇 번이나 물었다. 행여 부부가 아이의 장애 정도에 대해 실제보다 가벼이 알고 있다면 입양 후 부모와 아이가 모두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는 부부가 아이의 상태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런데도 이 아이를 간절하게 원한다고 몇 번이나 확인해 주었다.
아이의 행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이가 출국하기 직전에 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아이의 양아버지가 의족이나 의수와 같은 장애인 보조기구를 처방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제야 병원 스태프들은 무릎을 탁 쳤다. 양부모 될 사람이 참으로 고마우면서도 왜 굳이 두 다리 잃은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건지 이상했는데, 알고 보니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세월은 흐르고 흘러 아이가 입양 간 지 어언 2년이 다 된 어느 날, 내 앞으로 편지가 한 통 배달되었다. 봉투를 뜯어보니 사진 한 장이 나왔는데, 한 아이가 의족을 한 채 걷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한눈에 그 아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철도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보스턴으로 입양 간 바로 그 아이였다. 아이의 표정은 밝았다. 누군가 사진 밖에서 장난감을 흔들며 오라고 한 듯 두 팔을 한껏 벌리고 웃는 얼굴로 걸어가고 있었다. 반바지 밖으로 드러난 두 개의 외족은 날렵하고 단단해 보였다. 나는 아이가 새로 갖게 된 그 다리가 너무도 신기해 사진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야 보았다. 그리고 아이의 해맑게 웃는 얼굴로 시선이 옮아가자 내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실오라기만큼의 희망도 찾을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죽음을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로 눈을 크게 뜨고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철도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던 그 아이의 경우처럼 희망이란 사람의 어느 모퉁이에선가 예고도 없이 불쑥 튀어나온다. 우리 삶이 준비하고 있는 이 깜짝 선물을 보지 못하고 생을 포기하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그러니 부디 살지어다. 힘들고 고된 삶이라도 포기하고 말고 살아서 내 인생이 어떤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
■ 나눔
1. 우리 삶이 절망스러웠던 때는 언제였나?
그 가운데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던 사람이 있었는가?
있었다면 그의 어떤 모습이 삶의 소망을 북돋워 주었는가?
2. 우리 주변에 최근에 고통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 곁에 누군가 힘들어 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 줄 수 있을까?
*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 (조병국 홀트복지회 주치의의 일화)
- 삶의 한 귀퉁이를 돌아서면 희망이 웃고 있으리라.
(자유롭게 읽기)
아인슈타인 : 감동없는 삶이 어찌 인생이랴!
* 비트겐쉬타인 - 토끼와 오리그림
사실은 하나지만, 그것을 인식하는 것은 인간의 주관적 관점
우리몸에 세포 - 60개조
사람은 하루에 6만가지 생각
95% : 전날, 과거에 대한 기억 (미래지향적이지 못함)
80% : 부정적인 것 (4만5천번 부정적 사고)
어떤 사건이 생겼지만, 그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습성 (안전을 위한 욕구)
하지만, 긍정적 사고로 전환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
* 빅터프랭클 박사 이야기
- 홀로코스트, 아우슈비츠, 3년간 생존, 1/28의 생존률
35세 수용소, 72세 나이로 1997년 작고
- 담벼락에 달려가는 사람을 막지 않음(가스실이나 중노동의 고통을 감내하기 힘듦)
- 어느날 찾아온 두사람 자살을 생각함
“왜? 자살을 생각했지요”
“우리가 이 세상에 대해서 기대할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요.”
“당신들이 세상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세상이 당신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해 본적은 있는지요“
- 우리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 혹은 그런 일들과 만남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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