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e Like Glacier 빙하처럼 움직여라!
살며 생각하며 본문
생명은
요시오히로시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듯하다.
꽃도
암술과 수술이 갖추어져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곤충이나 바람이 찾아와
암술과 수술을 중매한다.
생명은 그 안에 결핍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다른 존재로부터 채워 받는다.
세계는 아마도
다른 존재들과의 연결
그러나 서로가 결핍을 채운다고는
알지 못하고
알려지지도 않고
그냥 흩어지지도 않고
무관심하게 있을 수 있는 관계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도 허용되는 사이
그렇듯 세계가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왜일까.
꽃이 피어 있다.
바로 가까이까지
곤충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가
빛을 두르고 날아와 있다.
나도 어느 때
누군가를 위한 곤충이었겠지.
당신도 어느 때
나를 위한 바람이었겠지
------------------------------------------
천안에 배밭이 많다.
"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그 이화가 바로 배꽃인데,
찬란히 빛나는 달빛아래 배꽃이
눈이 부시게 빛나던 것을 목격하며
싯귀의 한 의미도
이렇게 달빛아래 배꽃을 보아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가 살았던 직산의 배밭은 참으로 나에게는 인상적이었다.
그곳의 교회를 오랫동안 섬기는 한 집사님이 하셨던 말들이 기억난다.
나무가 한 그루로는 살 수 없다고.
나무에도 암컷과 수컷이 있어, 불어주는 바람과 옮겨주는 곤충으로
서로 가까이 있으면서 번식하고 자라간다고..
사람사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
굳이 위의 시 (요시노히로시의 '생명은')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 함께 사는 존재임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로드비취
'좋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창인의 소설 '아내' (0) | 2008.11.04 |
---|---|
서초구 주은혜교회에서 (0) | 2008.10.29 |
사마귀 (0) | 2008.10.24 |
선한이웃되기 (0) | 2008.10.06 |
최고의 진통제 (0) | 2008.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