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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 삶과 사랑에 대한 작은 메시지 본문
병아리와 아들의 만남 - 삶과 사랑에 대한 작은 메시지
올해 부산에 유난히 봄이 더디 오는 것 같았다. 봄의 전령사로 진달래와 벚꽃이 있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뭔가가 있다. 초등학교 앞 작은 문구에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고 명쾌한 소리가 있다. 노란색 깃털의 귀여운 병아리이다. 아들 녀석이 병아리를 키우겠다고 보채는 바람에 학교 앞 문구를 방문했다.
병아리 1마리 500원이다. 털이 빠지지 않고 건강한 병아리를 3마리 달라고 했더니 병아리를 종이 박스 신문지를 깔고, 그 놈들을 넣어주셨다. 친절한 문구점 아주머니는 ‘아이들이 너무 만지지 말게 해 주세요. 물을 먹이지 말고 스프레이로 모이에 뿌려서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설사하기 쉽습니다.’ 당부의 말씀을 잊지 않는다. 아이들의 손을 많이 타지 않도록 주의하셨다. 아이들이 귀엽다고 손으로 조물락거리는 것이 병아리에게는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이 병아리에게는 고통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병아리 박스를 받아든 아들 녀석은 집에 빨리 가자고 보챈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아들에게 말을 건넸다. “아들, 너 거북이도 얼마 전에 죽이지 않았니? 병아리를 잘 키울 수 있겠니?” "나, 거북이를 죽인 적 없어요. 때린 적 없고, 던진 적 없어요.“ "하지만, 무심하게 방치해 둔 것 아니냐?"
그렇다. 특별히 짖궂게 굴어서가 아니라. 물도 안 갈아주고, 모이도 제때 챙겨 못주고 그렇게 무관심속에 방치된 것이 나중에는 거북이가 죽은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잘 돌보고 키우리라는 몇 번의 다짐을 받을 때쯤 집에 도착했다. 집에 오자마자. 병아리를 꺼내보는 아들의 눈망울이 반짝인다.
먼저, 모이통을 찾으라 하니 얼마나 재빨리 좋은 통을 가져 오는지 모른다. 온도가 추우면 안된다 하니 보일러 수치를 끝까지 높여 놓았다. 아까 차에서 박스에 실려 오는 길에 긴장했는지 병아리들의 응가가 묻어있으니 그 똥을 치우라고 하니 당장 걷어서 쓰레기통에 집어넣는다. 문구에서 집으로 오면서 극도의 사랑(?)을 병아리들이 받고 있다.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 노래가 있다.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내 두 손 위에서 노래 부르면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어린 날의 병아리와 만남, 그것이 한가수의 노래의 테마가 되었고,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 도시사회 속에서 생명과 만남의 고귀함을 일깨워 주는 강한 메시지가 되었던 것이다. 상처받는 것이 없이 사랑하는 법을 알 수는 없으리라. 삐약거리는 병아리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는 아들 녀석을 보며 삶에 대해 만남에 대해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본다.
- 새수영신문 160호 김광영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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