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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본문
칠흑같은 어둔 배경속에 두꺼운 성경 한 권이 펼쳐져있다.
이 성경은 빈센트의 부친 책상 위에 늘 펼쳐져 있던 가보 성경이다.
성경 옆에 촛대가 있는데 촛불이 이미 꺼져있다. 부친의 죽음을 상징한다.
두꺼운 성경 아래쪽에는 얇은 소설이 있다.
에밀 졸라의 <삶의 기쁨>이라는 소설이다.
빈센트는 부친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무엇이 급했던지 부랴부랴 이 정물화를 그리고는 집을 떠나 정처없이 이곳저곳을 떠돈다.
빈센트는 <성경과 소설이 있는 정물>에서 성경과 소설을 어떻게 관계짓고 있을까?
얼 핏 보기에 두 책은 대조되어 보인다.
아주 두꺼운 성경과 그 아래에 놓인 얇은 소설책 말이다.
성경은 퍼져 있지만 그것은 읽기 거북해 보이고,
소설은 덮여 있지만 수없이 읽어서 헤어져 다 떨어질 지경이다.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립처럼보이기도 한다.
한 때 성경 외에 자신의 모든 책을 처분하겠다고 결심했던 빈센트는 이제 한 책의 사람에서 책들의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
빈센트는 성경의 진리가 시대마다 새롭게 번역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성경 아래쪽에 있는 에밀졸라 소설 <삶의 기쁨>은 샨토씨라는 부르주아 가정을 그리고 있다.
그는 통풍으로 늘 고생하고, 그의 아내는 아주 이기적이고 음흉하며, 아들 라자레는 늘 골골거린다.
고아인 파울린은 이 가정에 의해 배반당하고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하지만, 그녀는 라자제가 결혼해서 낳은 아들을 거둔다.
한 부르즈아 가정에 의해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농락당한 한 고아가 오히려 그 가정의 빛이된다.
빈센트가 아버지아의 성경 아래에다 졸라의이 소설을 그린 것이 우연이 아니다.
펼친 성경을 자세히 보자.
빈센트는 마음속에 새겨진 진리의 말씀을 이 성경에 분명히 기록해 넣었다.
성경 오른쪽 상단에 빈신트는 의도적으로 프랑스어 'ISAIE'그리고 성경중간에 로마숫자 'LIII'라 선명하게 그려 넣었다.
이사야 53장<고난받는 종>의 이야기 담긴 부분이다.
빈센트는 부친처럼 목사가 될 수는 없었지만 성경의 삶을 자신의 온 몸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했으며, 부친의 죽음을 이것으로 분명히 표현했다.
밑의 에밀졸라의 소설은 고난 받는 종의 현대판 버젼이다.
- 안재경 <고흐의 하나님> 홍성사, 편집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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