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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수영 _ 구두 한 켤레에 담긴 감동 _ 김광영 본문
구두 한 켤레에 담긴 감동
나에게 밤색의 오래된 구두 한 켤레가 있다. 이 구두를 볼 때면 살아온 삶의 여정을 생각하게 된다. 너무 오래 신은 탓일까? 구두의 뒷 굽은 양쪽이 바깥으로 깊이 깎여 있고, 바닥도 허드레 해 졌다. 발뒤꿈치 부분도 헤어짐이 심하다. 이 구두를 수선받기 위해 가까운 구둣방에 가니 이렇게 헤진 구두는 수선이 불가하니 버리고 새 구두를 사는게 좋겠다 한다. 가슴 한 구석에 뭔지 모를 휑한 아쉬움이 크게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빈센트 반 고흐의 ‘구두 한 켤레’ 그림이 있다. 누군가는 이 구두는 고흐자신인데 한 짝은 생활고에 시달린 슬픈 얼굴, 다른 한 짝은 고난을 극복한 후의 얼굴이라고 했다. 새 구두는 사람을 경험하지 않았기에 사람의 무게를 모른다. 하지만 사람의 무게를 담은 헌 구두는 삶의 이야기를 건네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 다른 한 작은 구둣방을 찾았다. 아파트 옆 작은 수선박스의 어르신은 이 구두를 보더니, 그래도 손 좀 보면 쓸 수 있다고 하신다. 며칠 후 가보니, 구두의 뒷 굽은 다 깎아서 새 굽을 덧붙여 놓았고, 바닥도 깔끔하게 덧 입히고, 말씀드리지도 않은 발뒤꿈치도 풀로 먹여 단단하게 해 놓았다. 한 구두 수선공의 손에서 버려질 뻔 했던 나의 헌 구두가 새롭게 태어났다. 그 어르신이 30년 구두를 수선해온 베테랑임을 듣게 되었다.
마음 한 가득 왠지 모를 감동이 온 종일 마음을 데워준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고 상한 갈대도 꺾지 않는 작은 것에 대한 돌봄, 그 세심한 배려 속에 우리 사회의 헌 구두 같은 인생들도 삶에 대한 소망으로 새롭게 세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지 않을까한다.
- 김광영 명예기자
<빈센트 반 고흐 - 구두 한 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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